선거.월드컵 겹쳐, 농사차질
선거운동도 문제, 선거시기 조정 여론도
(한길뉴스 한길뉴스 기자) = ‘월드컵 구경하러 가고, 선거판에 돈 벌러 가고, 군인들마저 월드컵 경비작전에 투입되고…’ ‘부엌에 있는 부지깽이도 한 몫 거든다’는 농번기가 월드컵대회 및 6.13지방선거와 겹치면서 농어촌의 청.장년층이 선거판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 농어촌 인력난을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해마다 농번기면 농촌 일손돕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군인들이 올해는월드컵 축구대회 경비작전에 투입되고 공무원들도 지방선거 영향으로 지원을 제대로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모내기가 예년보다 늦어지고 당장 닥친 마늘이나 양파, 보리 등 작물의 적기 수확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가 하면 동해안의 오징어잡이 선주들도 성어기를맞았으나 선원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또한 농사일에 분주한 농민들이 합동연설회에 모이지 않자 후보자들이 스스로합동연설회 취소를 요청하는 진풍경이 빚어지면서 선거시기를 대폭 조정해야한다는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동지역은 사과솎기와 마늘.양파 수확 등에 8천여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4일현재까지 확보된 인력은 1천100여명으로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영천시의 경우도 오는 10일 이후 마늘.양파 수확이 본격화되고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해야돼 1만여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6천-7천여명의 인원을 확보하는데 그치고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상당수 농촌인력이 선거운동원으로 빠져나가고 군부대 인력도월드컵에 동원돼 일손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지역도 매년 800-900명의 군부대 인력을 지원받아 농촌일손 돕기에 투입했지만 올해는 월드컵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농촌 일당이 지난해에 비해 5천원-1만원 정도 올라 남자는 4만5천원-5만원, 여자는 3만5천원-4만원 선이지만 그나마 일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안동시 길안면 권오석(43)씨는 “선거에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일손이없어 노인들이 사과솎기 작업에 매달리고 있고 인근 농가도 사정이 비슷해 품앗이도기대할 수 없다”고 난감해 했다.
경북 동해안 일대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주들은 독도.울릉도 근해에 최근 오징어군이 형성돼 출어를 했거나 준비중에 있으나 선원들이 지방선거 운동원 등으로 빠져 나가면서 인원 확보를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징어잡이 어업 전진기지인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근해 채낚기어선 44척 중 20여척이 출어했으나 대부분의 어선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채 출어, 정상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남 무안군의 대표적 특산물인 양파, 마늘 수확기에 맞춰 형성되는 `무안 인력시장’도 지방선거와 월드컵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인력시장을 찾던 `아줌마 부대’도 선거판으로 옮겨 가 예년의 절반으로줄면서 품삯도 배 가까이 뛰어 농민들은 인력난과 함께 경제적인 부담까지 떠안고있다.
4일 무안군과 무안경찰서에 따르면 양파, 마늘 수확철인 매년 5월 중순부터 400-500명의 아줌마들이 몰려들던 인력시장이 요즘은 2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부를 구하려고 새벽부터 트럭과 승합차를 타고 나온 농민들은 갑자기 줄어든 인력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바람에품삯도 지난해 하루 3만5천원에서 5만-6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농번기로 인해 농촌지역의 선거열기도 시들하기는 마찬가지.
충북 제천시의회 의원 백운면 선거구에서 출마해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민경완,이병익 후보는 시 선관위에 “농민들이 한창 바쁜 시기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합동연설회에 모이게 하는 것은 오히려 일손을 빼앗는 일”이라며 지난 3일 열릴 예정이던 합동연설회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북 김제시 하동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62.여.김제시 하동)씨는 “선거 때문에사람이 없어 논밭을 놀리고 있다”면서 “모내기와 보리 및 특수작물 수확으로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인 현재의 지방선거 시기를 늦추거나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도내 농촌 지역 후보들도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데다 농번기까지 겹쳐 지방선거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면서 선거시기를 4월 초순 이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후보들은 “농촌의 경우 새벽부터 논밭으로 나가 영농에 눈코 뜰 새 없는 농민들을 찾아가 정중한 인사와 함께 지지를 부탁해 보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시큰둥한반응을 보이거나 핀잔을 주기 일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후보를 제대로 판단해서 투표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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