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박원진 기자) = ‘우리 반에 새로 전학온 여학생이 지리 시간에 내 옆에 앉았다. 마음에 든다. 이름은 판도라. 그러나 자기를 ‘상자’라고 부르는 게 더 좋단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 애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하긴 나도 이제 사랑할 나이지. 열 세 살이니까’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영국 소년이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비밀일기」(김영사刊)는 주인공인 13세 소년 에이드리언 몰이 2년 5개월 2일동안 쓴 일기를 통해 그가 겪은 정신적 방황과 갈등, 성장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에이드리언은 얼굴에 자꾸 돋는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고 자신에게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부모님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어머니는 애인과 함께 집을 나갔고 아버지 역시 새 애인과의 사이에 아이를 갖는다. 학교에서는 깡패 친구에게 계속 돈을 빼앗긴다. 이 소년은 자신이 ‘문제아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에 눈뜨게 해준 여자친구 판도라, 여든 아홉 살의 골초 할아버지 버트, 모든 걸 다 갖고 있으면서도 버릇없는 친구 나이겔. 이 세 사람은 에이드리언에게 위안을 주고 온통 회색빛이 될 뻔한 그의 사춘기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일기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의 설레임, 그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친구를 만날 때의 배신감과 절망감, 육체적 호기심 등이 솔직하게 표현돼 있다.
에이드리언은 자신을 ‘발견되지 않은 지식인’이라고 믿는다. 책을 많이 읽고, 방송사에 자신의 생활을 표현한 시도 보낸다.
소년은 ‘일년의 마지막 날이다! 내게는 많은 일이 일어난 해였다. 사랑을 하게 되었고 결손가정도 경험했다. 지식인이 되었다. BBC 방송에서 편지 두 장을 받기도 했다. 14와 3/4살의 생활치고는 나쁜 편이 아니다’라고 자위한다.
주인공은 열심히 시를 써서 방송사에 보내 발표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굉장히 유머가 있다고 생각해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수의사가 되고싶어하기도 한다.
저자는 소년의 눈을 통해 슬픔과 불행으로 얼룩진 현실세계를 풍자적으로 꼬집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학하거나 나쁜 길로 빠지기보다 유머와 위트를 잃지않고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
이 책은 1985년 출간돼 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1986년 국내에서도 출간돼 사랑을 받았다. 1,2권 각권 320쪽 내외. 6천900원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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