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뉴스 한길뉴스 기자) =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았으나 월드컵대회와 6.13 지방선거의 여파로 관련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되는 등 찬바람을 맞고 있다.

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시.군별로 개최될 6일의 현충일 추념식이 현직 자치단체장 상당수의 지방선거 출마로 부단체장 주관으로 변경되면서 예년에 비해 행사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특히 과거에는 일선 시.군에 호국.보훈정신을 고취하는 현수막이 봇물을 이뤘으나 올해에는 지방선거 및 월드컵 관련 현수막에 밀리면서 분위기마저 가라앉고 있어 제47회 현충일은 아주 쓸쓸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역의 경우 현충일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당초 ‘추모의 기간’, ‘감사의 기간’,’화합과 단결의 기간’ 등으로 나눠 도내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월드컵과 지방선거 기간과 겹치면서 행사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6월 한달간 하루 1건꼴인 모두 35건의 보훈관련 행사가 열렸으나 올해 일정이 잡힌 행사는 10건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마산보훈지청은 지난 5월 256개 기업체와 61개 기관.단체 등에 보훈행사와 관련된 협조공문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은 곳은 고작 16곳에 그칠 정도였다.
전북도도 ‘추모기간’을 따로 정해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월드컵과 지방선거와 겹치자 행사를 대폭 줄여 예년의 3분의1 수준인 10건 정도만 치를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선 시.군에 내걸린 보훈관련 현수막도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내건 현수막과 월드컵 질서 지키기 현수막 등에 밀려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현충일 추념식을 비롯한 6.25 행사 등 이번달에 8-9건의 호국.보훈행사가 계획돼 있으나 예년에 비해 3분의 1이 줄어든 것이며 그나마도 규모를 크게 줄여 지방선거 이후에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강원지역에서는 호국.보훈내용 현수막이 과거엔 6월초부터 거리 곳곳에 게시됐으나 춘천시내에서 그같은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는 정도이다.
경기도는 이달 17건의 주요행사 외에 시.군별로 보훈 경로잔치와 군부대 보훈가족 초청 위로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도가 줄면서 위문행사가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수원보훈지청이 전했다.
전남도의 경우 구례군이 매년 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하던 보훈가족(국가유공자 포함) 180명에 대한 여수 오동도 견학 행사를 올해에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아예 보훈의 달 행사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의 올해 ‘호국.보훈의 달’ 행사는 지난해와 같은 6건이 예정돼 있지만 현충일 당일 행사는 1건에 불과하고 보훈관련 현수막도 예년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보훈 관련행사 건수가 예년과 별 차이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시내 중심지에서 보훈.호국의 달을 알리는 현수막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대구지방보훈청은 이에 따라 이 지역 300여 기업에 현수막 설치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결국 홍보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까지 시내 6곳에 띄우던 홍보용 대형 풍선도 올해는 띄우지 않기로 했다.
대전지방보훈청도 때마침 월드컵기간인 점에 착안해 대전과 충남지역 보훈가족 100여명으로 월드컵 응원단을 구성, 미국 등 참전국들을 응원키로 하는 등 색다른 활동을 벌일 계획이나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훈지청 관계자는 ‘아무리 월드컵과 지방선거 분위기에 휩쓸린다 해도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것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적어도 6월 한달은 호국.보훈 행사에 관심을 갖고 사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말했다.

한길뉴스 후원하기